나의 이야기

37년 다닌 청도를 새삼 다시 돌아보다<140308>

sanriro 2014. 3. 16. 22:48

 

 

37년 다닌 청도를 새삼 다시 돌아보다<140308>

 

 

 

 

<철가방 극장에서 062>

 

매년 3월 첫 주 토요일은 처가사촌 계(친목)모임이 있어 처의 고향 청도로 향하게 돼 있다. 늘그막에 처에게 잘 보여야 하기도 하지만, 서울 태생인 내게 처의 고향은 나의 시골고향처럼 돼 온지가 오래라 발길이 잦아진다.

봄가을 장인장모님 생전의 생신이나 성묘, 친지들의 혼사나 상사, 가을철 감 따기와 봄철 계모임에만 동참해온 것들이 그런 발길이다.

그렇게 찾은 지가 37년째나 접어드는데, 사실 청도에 대해 그리 잘 알지도 못하고 더 공부해서 일대를 다닌 적도 없다. 그저 데면데면 해온 셈이다. 행사만 참여하고는 바로 귀경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주변의 관광지를 다녀본 것이라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방학여행으로 외갓집 찾을 때, 운문사 계곡과 동창천 강가를 다녀온 것이 고작이고, 2년 전에는 한재미나리를 먹으려 유천 쪽으로 가 본 것이 다이다. 그밖에 유명하다는 소싸움을 본 적도 없고, 감와인 터널을 찾아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올해 청도 나들이에는 그 밖의 볼거리를 더 알아보려 나섰다. 계모임은 저녁이라 오전 중에 도착하면서 일대의 관광에 나섰다. 청도관내로 들어선 길로 먼저 감와인 터널을 찾아보았고, 소싸움 경기장도 둘러보았으며, 코미디언 전유성이 운영한다는 코미디철가방극장도 가 보았다. 지금 미나리 맛이 한창 제철인 한재미나리농장도 다시 찾았고, 마침 장날인(9)청도시장에도 들려 아직도 남아있는 시골장터 맛을 보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공부해두었던 청도군청 지정 <청도8> 완견(完見), 친지들과의 동행으로 인해 시간을 낼 수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 속에 이뤄진 이번 처가고향 여행은 나름 소득이 있었다는 흐뭇함을 안고 귀경길로 돌아설 수 있었다. 그래 이제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자!

 

♣♣

 

 

처음 찾은 와인터널은 일본인들에 의해 1905년에 건설됐던 삼성현(청도와 경산을 잇는 고개)철로의 터널이 1937년 다른 곳으로 새로 뚫린 이후 폐쇄됐던 곳을, 20063월에 이 고장 명품인 감으로 만드는 와인의 숙성창고로 재활용한 것이다. 숙성통과 병의 저장 모습을 보여주고, 증기기관차 시절의 연기 끄름이 남아있는 천장과 벽체의 벽돌에 색색조명을 쏘아 환상적인 동굴의 모습을 연출해 그 자체로 하나의 조명예술을 보여주는데, 안쪽으로 별도의 조각이나 그림 전시장도 꾸며놓았다,

아울러 터널 안에 와인 시음카페도 만들고, 감을 재료로 한 초콜릿과 곶감 조무래기 등의 상품들도 함께 팔고 있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의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주말이어서인지, 관광인파가 엄청나 꾸역꾸역 몰려드는 차량의 터널주차장 진입은 오랜 시간 대기하면서 관광을 마친 차량들과 교대해서야 1~3대 씩 들어설 수 있었다.

 

와인터널 입구에서 007

 

대통령들도 사랑한 와인이라고? 014

 

천정과 벽에 빼곡 채워진 와인 병들 015

 

 

 

와인 숙성통과 조명으로 황홀해진 터널의 천정 025

 

증기기관차가 남겼던 끄름이 조명 속에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 026

 

안쪽의 예술전시 공간-조형과 빛 속에 아름답다 028/035

 

한잔의 와인과 한 점의 치즈로도 행복해지는 시음카페의 공간 038

 

와인 판매대-감초컬릿도 함께 040

 

우리도 한번 낭만에-와인과 초콜릿의 궁합 참 괜찮더군! 042

 

 

소싸움 경기장은 외부와 박물관만 볼 수밖에 없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기장의 관중동원에 실패해 부도가 났다는 말이 있고, 이를 조치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들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경기운영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작정하고 투우를 보려고 올 때쯤이면 정상화가 되기를 기대하며 휑한 경기장을 나섰다.

 

아쉽게도 황소들의 거친 싸움이 중지된 투우경기장 057

 

 

기세 넘치는 황소 조각상에서 생생한 콧김을 느끼게 돼 056/055

 

 

어린 시절 소 끌고 꼴 베러가던 아내가 추억을 되살려 053

 

 

황소! 이렇게도 표현되나? 이중섭의 황소와 비견해 봐? 049

 

 

청도의 풍각면 성곡리라는 골짜기에 자리한 <코미디철가방극장>이란 묘한 이름의 명소는, 이곳을 우연히 여행하던 코미디언 전유성씨가 풍광의 매력에 끌려 머물면서 만들어낸 극장으로서 이후 코미디언 후배들을 양성해내는 곳이라고 알려진다. 전유성이라는 범상치 않은 4차원의 사유(思惟)를 하는 그다운 발상의 작품인데, 예전엔 교회자리였다는 극장의 위치는 동편으로 성곡저수지를 바라보는 조망을 가져 참 잘 잡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극장의 외관이 꼭 중국집 배달 철가방 모양임을 보고나면 그 희안한 극장의 이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극장에는 관광/관람객들이 밀려들어 청도를 알려주기도 하니. 청도군의 홍보대사 역할을 단단히 하지만. 일부에선 청도군의 예산을 물 새듯하게 한다는 비판도 함께 하는 모양이다. 공연은 예약을 하지도 않았고, 관람할 시간도 없어서 극장 외관이나 볼 작정이었으니 그냥 돌아보는데, 극장의 매표소 안을 엿보니 매표 여직원 뒤로 편한 차림 편한 모습의 전유성씨가 하릴없다는 표정으로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참 친근한 모습이다.(이 부분은 우리 집사람이 보고 전해 준 것이지만)

 

참 찾아보길 잘 했네! 064

 

 

왜 철가방인지 알 것 같은 극장모습-우측 매표소 창구 안에 전유성씨가 060

 

 

웃음을 나누어 건강을 도와주는 이런 극장! 세상 도처에 더 많아지길 066

 

 

 

처사촌계모임 장소는 청도읍내에 있고, 철가방 극장에서 가는 길의 외서면 서원리에는 <청도8>의 하나인, 조선왕조 무오사화에서 희생된 직필(直筆) 김일손의 일화가 엮인 자계서원이 있어 일별하려 했는데, 대구 처형네가 동행하겠다고 해, 기다려주느라 서원 가볼 시간을 뺐긴 것이 아쉽다.

청도군청이 지정한 청도8경에는 <자계제월>을 포함해, 화양읍지역 유동리<유호연화)-범곡리<낙대폭포>-남산일원<모산조일>, 매전면 두곡리의 <용각모우>, 운문면지역 공암리<공암풍벽>-신원리<운문효종>. 청도읍 유호리의<유천어화>등이 있다. 그동안 찾아본 곳은, 청도8경의 하나인지도 모르고 등산해 본 처가동네의 용각산과 아이들 초등학교시절 방학중에 찾아본 운문사 경내의 운문효종이고, 이번에 찾아본 곳은 한재 미나리농장을 다녀오면서 들린 유천어화이다. 나머지 5경은 그 의미를 더 공부해 보기로 하고 다음 기회에 꼭 찾아볼 요량이다. 물론 그 밖의 명소 운강고택/만화정, 임당리 김씨고택, 청도읍성도 함께. 그런데 청도의 친지들에게 <청도8>을 물어보면 대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 그러리라. 늘 보아 그저 그런 느낌의 내마누라도 남들이 보기엔 매력적일 수 있는 거나 한 가지가 아닐까? 

 

 

자계제월 

유호연화

 

 낙대폭포  

 

                                              모산조일

 

 

 

 

 

 

 

 

 

 

 

 

 

 

 

                                            

 

 

       

용각모우                                                                 

 

                                        

                                            공암풍벽

운문효종

                            유천어화

 

 

 

 

 

처사촌계모임의 저녁 메뉴는 한우고기. 소싸움으로 유명하니 청도에도 한우고기가 유명하단다. 그러나 고기 맛보다도 곁들여 먹는 미나리가 일미다. 청도가 전국최고의 맛 한재미나리의 고향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작고하신 장인의 3형제는 모두 농군들이시고, 맏이이신 장인의 아우님 두 분도 한마을 한 길목 위아래 지근에서 살아오셨으니, 소생들인 처사촌들도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친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두 경향각지 내지 해외로까지 나가 잘들 살고 있지만, 고향의 대소사에는 되도록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의가 대단하다. 그런 정리(情理)를 더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이 사촌계인데, 사촌간의 나이차가 심해서 맏이인 처형과 작은집 막내처남의 경우는 27살이나 된다. 처음 처가를 방문했을 때 2살의 아기였던 작은 집 막내처남이 지금은 현역 해군소령이면서 순번제로 돌아가는 올해 모임의 총무이다. 70대를 넘어선 윗동서와는 한 세대를 넘는다. 그런 사촌들이지만 잘도 어울린다. 술잔도 주고받고 노래방에도 함께 가서 즐긴다. 그렇지만 이젠 적당한 때에 물러나 젊은 사촌들끼리 만의 시간과 자리를 내주는 그런 아름다운 처신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장인내외 모두 타계하신 처가 시골집은 텅 비어있지만, 이렇게 도회의 자식들이 한 번씩 찾으면서야 활기를 찾는다. 보일러를 가동해 거실과 침실의 방바닥이 따사로워지고, 주방과 화장실의 수도꼭지와 가스레인지가 열리면서 기지개들을 켜게 된다. “우리가 죽더라도 이 집은 처분하지 말고 너희들이 한 번씩 함께 찾아와서 놀면 좋지 않겠나?”하던 게 장인의 유지였고, 자식들은 지금 그 유지를 잘 따르고 있다.

 

 

<068>

 

이튿날은 작은 집에 불려가, 음식솜씨 좋은 처숙모님의 아침을 대접받았다. 곰탕과 민조기와 더덕구이, 그리고 미나리재래기가 정말 맛있었다. 짐을 챙겨 작은 처남과 함께 마침 9일이 장날인 청도5일 장터로 나갔다. 당초계획은 아침해장으로 장날 장터국밥을 먹으려 했던 것인데, 작은 집의 간곡한 정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쉽다고 하기엔 그런 정들이 더 고마운 것이니 참!~!

 

 

이날 청도5일장의 주제는 역시 봄이었다. 때 이르리라 생각했던 봄나물과 묘목들이 시장입구의 난전을 가득 채우면서 봄 향기가 사무치게 했다.

 

오늘의 주 상품 묘목이 줄지어 널리고 073

 

 

나물향기 속에 파 마늘 감말랭이 대추 등 그리고~

그런데 이들이 왜 늘 촌노(村老)들과 잘 어울리는 것인고? 075 077

 

 

 

어이쿠! 이 덩치 큰 칡 좀 보소! 078

 

 

메주덩어리는 지금이 장 담글 시절임을 알려줘 082

 

 

주는 나물 받는 값 행복한가요? 083

 

 

장날의 화초가 나물만이 아닌 향기를 선물하고 085

 

 

여기는 늘 그저  그런 상설시장의 모습이라지만 087 089

 

 

 

사실 저 집에서 아침 해장을 할려 했던 건데 090

 

 

 

나물 얼마치를 사고는 밀양방향 한재미나리 마을로 직행, 처의 지인이 재배하는 평양2리 농장으로 달려가 6단을 샀다. 전국에서 유명한 한재미나리는 청도의 남산(=일명 오산)과 그 서남쪽 산인 화악산을 잇는 고개 한재의 동남쪽 아래 상리/음지리/평양1/2리가 위치하는 일대 골짜기의 차고 정갈한 물줄기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전국에 물량을 대고 수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도 미나리를 제대로 공급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제 청도일원 대부분 마을에서서 재배되고 있지만 맛에선 차이가 난다. 제 맛 철인 이른 봄 이 시절에 진짜를 맛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소리다. 그래서 한재마을 미나리조차 다른 곳에서 가져와 판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들이 북적이는 현지를 가보변 소문이 아니라 현실임을 느끼게 한다.

한재 미나리는 직사광선을 피해 온실 속에서 키워 40cm정도로 키가 크다. 줄기 밑동이 붉은 색을 띄우는데, 씹으면 아삭거리며 부드러워 질긴 찌꺼기가 입안에 남지 않으며, 무엇보다 상큼한 향기가 압권이다. 데치지 않고 생으로 밥 없이도 먹는다. 줄기 밑동 쪽의 손가락 길이 만큼에 잎줄기를 가져와 마늘쫑처럼 돌돌 말아 싸매고, 쌈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이 박하처럼 화해진다. 최고의 봄 향기 맛이다. 한없이 먹게 된다.

 

 

여기는 한재미나리 농장 골짜기-미나리관광 차량들이 줄이어 091 092

 

 

 

미나리농장-개천에도 미나리-멀리 검정지붕 사이의 온실을 찾아 094

 

 

물량이 달려 구하기 힘든 진짜 한재미나리를 만났네요 097

 

 

이 파릇파릇 싱싱함이 상큼한 미나리향의 원천일까? 098

 

이렇게 먹지요 098-1/2

 

 

 

 

앞으로도 매년 찾아볼 생각이지만 101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밀려들어오는 미나리 관광차량들 대단하네요! 104

 

 

 

한재를 떠나 유천으로 나가 청도8경의 하나 유천어화를 보러갔다. 청도천과 동강천이 만나 민물고기가 지천이어서 밤낚시와 천렵으로 유명했던 그곳이 이젠 고기가 말라(?)버려 명성을 잃은 지 오래이라 아쉽다.

 

 

청도8경의 하나인 유천어화가 여기라는데 여~! 106

 

 

그런데 이날이 일요일이고 시간이 점심때라 밀양-부산 방면에서 엄청난 차량들이 한재마을 골짜기 안으로 밀려든다. 다시 청도방면으로 가자니 미나리 관광차량들로 막혀 동창 천을 따라 매전 방향 길로 들어섰다. 그 길에서 뜻하지 않은 장관을 보게 됐다. 지전리를 지나며 좌측 송원리로 들어서 청도읍으로 넘어가는 고개 길을 만났는데, 이 길이 걸작이다. 이전에 나환자 마을이었다는 골짜기에서 청도환경관리센터가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산정을 넘는 산간도로는, 고개 너머 청도읍방면으로 새로 뚫린 듯 포장이 새롭고 아직도 산 아래는 일부 구간은 공사 중이다, 경사가 어마어마하고 아슬아슬하다. 길 욕심 많은 나로선 뜻밖의 수확이었다.

 

경사 한 번 되게 급하네! 116 119

 

 

 

굽이굽이 내리막이 아득해~이탈리아 최악의 험로인 산악도로 스텔비오 고개를 닮았다면

너무 심한 과장이겠지?^^  117 120 121

 

 

 

 

 

 

다시 청도읍에 들려 작은 처남을 내려주고, 아침에 처숙모님의 솜씨로 맛있게 먹었던 민조기를 한손 사고서 귀경길에 오르니 이번 청도 길은 참 소득 많았던 여행이란 생각이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많이 보게 되고, 그래서 항상 여행은 나서기보다 여행지역을 미리 공부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 더 유익할 것이란 생각이다. 총총~

 

 

 

 

<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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