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여행

춘천 빙어, 화천 산천어 <180123>

sanriro 2018. 1. 29. 13:33




춘천 빙어, 화천 산천어



   

오월리 빙어낚시터-화천 산천어축제장<180123>

 

 

1월 중순은 한 겨울이다. 연력(年歷)121일부터 2월말까지 겨울로 보니 그렇다. 미식가(美食家)들에게 이 시기는 입맛 당기는 빙어 철이다.

 

2003년도였던가? 겨울의 한 가운데인 116, 춘천이 고향인 선배의 초청으로 춘천 댐 호반으로 가서 펄펄 뛰는 빙어를 그대로 씹어 먹었었는데, 그 고소한 맛이 아직도 혀끝에 진하게 남아있다.

그 맛을 아내에게도 전하고 싶어, 한 창 기승을 부리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보다 더 추운 춘천으로 달려갔다. 한 겨울인 115일에 나서려다 추위에 여행가지 말라는 아이들의 만류가 있어 주춤했다가, 23일 결행했다.

내친 김에 글로벌 축제로 발전한 화천의 산천어축제 현장도 다녀왔다.

 

양양고속도로로 개명된 이전의 경춘 고속도로로 달려 춘천 시가지를 우회해, 춘천 댐으로 직행했다. 잦은 눈으로 길이 미끄럽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응달쪽 노선을 피했더니 무사했다. 산천에 쌓인 눈이 강추위로 녹지 않아. 눈을 가득 인 침엽수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강원도의 설산 절경을 눈시울이 시원하도록 즐겼다. 멋진 겨울의 드라이브였음은 물론이다,

 

꽝꽝 얼어붙은 춘천댐의 호반엔, 어라? 빙어 낚시꾼의 그림자도 없다. 눈길 미끄러운 호안(湖岸)을 들락거렸지만, 예전의 빙어식당은 찾을 길이 없다.

노변 가게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댐 근처 강물은 얼음이 얇아져 빙어낚시를 못하게 돼, 빙어 먹는 식당도 없어진지 오래란다. 화천 쪽으로 더 간 집다리 휴양림 가는 오월리와 원평리에는 있단다.

 

춘천에서 화천 구간은, 청년장교 시절 3년간 이곳에서 군 복무를 했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평화의 댐을 거쳐 양구와 춘천 간을 자주 오가던 곳이라 눈감고도 다닐 길이다.

빙어식당이 남아있다는 댐에서 가까운 집다리 길은 친구들과 자전거로 홍적고개를 넘어 가평으로 가며 들렸던 곳이라 역시 잘 아는 길. 꽝꽝 얼어붙은 호수의 빙원(氷原)에는 일단의 빙어낚시꾼들이 보이고, 호안(湖岸)의 두 곳에 비닐장막을 친 빙어식당들이 있어, 산골 안쪽의 광수네 빙어식당에 찾아들어 드디어 아내에게 겨울 빙어 회와 튀김을 맛보인다.

 

2013106일 자전거로 지났던 집다리 휴양림 가는 지암계곡 길 오월리의 갓골가든까지 가보고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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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리골에서 지암계곡을 흘러내리는 지암천이 북한강을 만나기 직전 형성된 호수의 오월낚시터 강변의 <광수네 빙어> 포장식당(010-8788-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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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빙(湖氷) 위로는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빙어 낚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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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회는 고소한 일미를 자랑한다. 일미는 그만큼 먹는 요령도 까다롭다. 빙어 먹는 요령은 2003년의 글에서도 표현한 바 있지만 다시 올려본다.

 

상위 사발의 물속엔 손가락 굵기와 길이의 빙어들이 은빛을 발하는 허리를 꿈틀거리고 펄떡펄떡 뛰며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나무젓가락으로 기술 좋게 꼬리 쪽의 허리춤을 집은 뒤에, 각자 앞에 놓인 종이컵을 왼 손바닥으로 위를 가리며 젓가락의 빙어를 컵 바닥의 초고추장으로 직행시켜 듬뿍 묻힌 후 고추장이 몸부림에 튀어 얼굴이나 셔츠에 묻지 않도록 컵 속에 사람 입도 처박듯이 하여 재빠르게 입 속으로 가져간다.

연한 고기 뼈가 아삭하고 씹히는 순간, 상큼하고 산뜻하며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빙어의 육질 그 맛이란, 오물오물 아 이 멋진 빙어의 맛!

 

이날도 그렇게 먹었다. 최근 너무 추워 빙어가 잘 잡히지 않아. 이전에 맛 본 것보다는 작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치어(稚魚)급이었지만 대신 먹기가 편했고 고소한 맛은 여전했다. 빙어튀김과 고구마튀김도 추가로 시켜 조금 맛보고 나머지는 싸간다. 차에서 간식으로 먹을 요량이었다.

 

광수네 비닐막 식당 안 0005 06 18





 

빙어 회 먹기 122723 122729 124611 124616  0012








 

함께 주문한 빙어튀김 0016 125533





시원하게 펼쳐진 빙원(氷原)과 빙어들을 작별하고 화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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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 축제장은 화천천이 읍내 북방에서 파포천을 만나 합류시키고 읍내를 동쪽으로 감싸고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구간에 꾸며져 있다.

공식명칭 <얼음나라 화천산천어 축제>2003년부터 시작돼, 매년1월초에서 2월초까지 열려왔는데, 올해 2018년은 16일부터 28일까지 23일간 열린다. 관광객은 이용료를 내고 하천 얼음위에 뚫린 구멍 속에 낚시를 드리워 산천어를 잡는 재미를 즐긴다. 그리고 잡은 고기는 하천변 전문식당에 조리료를 주고 회를 떠 먹거나 구어 먹는다. 굽는 건 직접 하기도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업소에서 서비스로 구어 주는 모양이다.

하천변에는 가족끼리 산천어를 먹도록 마련한 비닐 막도 줄지어 서있고, 스케이트장, 썰매장, 로봇체험. 버블놀이 등등 다양한 놀이터도 함께 구비돼 있어, 가족 단위로 와서 놀기엔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붕어 섬을 지나 화천으로 들어서 0024


 

읍내를 가로질러 화천천 용신교 건너 축제 주차장에 주차 0026



 

화천천 축제장으로 내려서 둘레를 산책하며 이모저모 구경하기로-낚시터가 예약과 현장으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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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위에 마련된 산천어 조리 전문식당 0032 31




 

천변엔 관광객들이 이용할 비닐막 평상이 줄지어 있어 0033



 

예약자이용 낚시 현장-평일인데도 이리 많으니 주말이면 더 넘쳐나, 상류 쪽으로 제2, 3의 낚시터가 있고, 하류 쪽에는 예약하지 않고 온 사람들을 위한 낚시터가 별도로 마련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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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로 잡아 올린 산천어 0038 39






  

구경만 하고 돌아서  제2예약얼음낚시터 쪽으로 돌아 하천 반대편 먹거리 길로 가면서 산책하는데 언 길바닥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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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센터도 있고, 잡은 산천어 구어 주는 곳도 있고, 숙박안내와 얼음 조각(彫刻)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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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슈트, 아이스카, 로봇체험, 눈썰매장, 기념품점 등 아이들이 놀기 좋을 편의시설이 많아 젊은 가족단위로 오면 참 좋을 듯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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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장 얼음판을 가로 질러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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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잡혀 낚시에 대롱대롱 매달린 산천어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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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구이 터가 눈길을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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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장 뒤로 보이는 화천읍내를 뒤로 하고 다시 춘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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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이렇게 축제장을 빙 돌아 산책하면서 구경만 했다. 젊은 가족들이나 와서 즐길 축제장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영하 10도 이하의 강원도 산골짝 추위에, 강바람과 골바람이 가세하니 여간 사납지 않다. 산천어 낚시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부탁했던, 안내 아주머니도 어르신들은 추우니 그냥 보시기만 하는 게 좋다고 권했었으니까. 허허.

 

 

산천어 먹기도 생략했다. 사람들이 잡아놓은 산천어를 보니 청결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천의 최상류에 서식하는 산천어가 넓은 강하천에 그렇게 많을 수가 없을 텐데, 다량으로 부어 넣어두었다 다량을 잡아내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더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장사 속이란 그런 생각에서였다,

내가 아는 산천어는 1971~74년 화천의 북방에서 근무할 때 본 것이다. 휴전선 철책 바로 아래 초소 옆을 흐르는 소백암산 산 개울 맑은 물(1급수)에 서식하던 녀석들이었다. 지금도 오랜 전우로서 친교를 유지하는 친구, 임관년도가 같은 학군출신 동료 소대장이었던 그가 소대원들과 함께 그 개울에서 잡아 배를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내게 맛보여주었던 그 쫀득쫀득했던 맛의 산천어만 기억한다. 그러니 축제장의 산천어를 외면한 것이다.

 

춘천으로 돌아와 소양2교 건너 소양강 처녀 상 바로 옆 강변의 소양강 닭갈비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다. 이곳은 서울에서 친구들과 춘천호반 자전거 라이딩 하며 수차 들렸던 집이라 익숙하고 맛도 잘 알기 때문이다.

 

소양강변 스카이워크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0064



 

소양갈 닭갈비집으로 들어서 소양강처녀상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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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김나는 닭갈비를 가래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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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춘천을 오가는 길은 정말 많이 짧아졌다. 고속도로가 그렇게 만들어준다. 그렇지만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없다. 해서 귀가는 홍천에서 양평을 거치는 옛 경춘가도를 타고 눈 덮인 산과 얼음 얼은 강을 구경하면서 여유 자적했으니 그 또한 겨울 여행의 맛이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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