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여행

혹한(酷寒)이 수년만의 산행을 안겨줘<181208>

sanriro 2018. 12. 9. 15:35




혹한(酷寒)이 수년만의 산행을 안겨줘<181208>

 

 

 




안보불감 국난을 연상시키는 남한산성 수어장대 0005

 

 

2018128일은 고교동창 자전거동호회가 2일 겨울방학 후로도 열정 넘친 친구들을 안내해, 고기리동막천-바라산동편계곡-운중터널옹달산고개-운중저수지-하우현-학현터널-백운호수 코스를 라이딩하려 했지만, 하필 한파경보까지 내려지는 바람에 무산됐다.

 

2015년부터 가족간병에 매달려 운동이라곤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이 보장해주는 일요일 자전거타기가 전부인지라, 역시 각근(脚筋)운동에 그만인 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돌이켜보니 몇 년 만의 산행인가? 2014년까지는 동호회정례산행을 포함 매월 5~6회로 활발했었지만 이후로는 맹탕이었다. 20152016년엔 각각 5회와 1회뿐. 동호회시산제 등에 인사하러 나간 수준이고, 2017년과 올해는 완전 꽝이다. 아내와 함께 한 동네 오금공원동산 업다운 1시간 내외의 산책은 큰 도움이 됐지만, 그나마도 올 4월 이후로는 거동도 불편해져 아파트단지 안을 도는 형편이 되고 말았으니, 원래 좀 사나웠던 내 본연의 등산과는 담을 쌓아왔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들 사정으로 일요일 대신 토요일이 주어졌다. 산행에 나서려니 하필 강추위에 혼자냐며 가족들이 만류하기도 해, 문뜩 광화문 태극기행진에 동참할 생각에 한참 갈등하다 최근에 근육퇴화로 점점 당기고 저리는 내 다리를 생각하니 운동이 더 우선이었다. 마침 가까이에 남한산성이 있으니 시간도 절약 할 것이었기에.

 

혹한이라도 오랜 산행경험으로 완전무장은 간단하고 신속하다. 전날 다른 송년모임의 후기를 써 블로깅하고 카페로 옮기느라 오전시간을 보내고 집을 나선 것이 1110. 3315호 버스를 내려 거여동 남한산성 등산로입구부터 시작한 시각이 1134.

북 위례신도시 건설로 파 헤쳐진 이전의 특전사3공수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산행을 시작하니 은근 걱정이다. 2016년 이후 제격의 산행을 않았으니~. 다리근육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하며 서서히 오른다. 그래도 서문으로 직행 않고 남쪽 일장천 방향으로 돈다. 이후 이장천 사이의 업다운 계단 길이 운동량을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애용하던 코스다. 7~8명의 산객들이 추월해도 용인할 수밖에. 내 형편에 무슨 자존심이고 호승심(好勝心)이냐!

일장천 쉼터 가림막에서 혹한을 대비해 바지 안에 껴입었던 방한레깅스를 벗어버린다. 오르막에 답답하게 비비적거려 불편했고 은근 땀도 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친구부인이 매일 약수 뜨러 오가던 곳인데, 이리 경사가 심했던가? 새삼스러우니 내 신세가 이만저만 처량해진 게 아니다.

발목에 힘이 약하니 보속이 느릴 수밖에, 13년 전인 2005년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거나, 10여 년 전부터 마라톤풀코스 춘마를 3번 참가했거나, 2014년까지 7년간 동기생산악대장을 했던 것이 무슨 소용일까? 운동을 통한 근력강화는 결코 저축이 안 된다는 진리? 앞에서야. 그 동안 노쇠한 데다 꾸준한 산행이나 달리기를 하지 않은 결과가 공명정대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야속해도 허!! 할 수밖에.

 

이장천에 닿으니 돌밭 쉼터의 태극기들이 반긴다. 경례를 올려붙이며 광화문 못 간 대신 여기서 호국충정의 의지를 다져 면피한다.

일장천! 이장천이라니! 이전엔 이장천을 일장천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샘에는 남한약수터라고도 돼있다. 이게 원명(原名)을 찾은 것이지 애매하기만 하다.

 

이장천 돌밭쉼터 태극기와 약수터 0001 02


 

 

이장천부터 남한산성 수어장대 바로 밑 성곽의 암문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각오를 하고 서서히 오르는데 다행히 다리근육에 별 이상(異狀)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병(持病)인 기관지천식을 걱정해 쓴 방한마스크로 인해 호흡이 불편한 것 말고는, 오히려 보행속도가 점점 빨라지기까지 한다. 자신감도 살아난다. 무슨 조화일까? 그 동안 매주 1회 정도의 자전거타기였지만, 고개 넘기를 즐겨 단련된 넓적다리 이두박근과 정강이 근육이 여기서 힘을 발휘해 준 듯싶다.

 

오르기가 끝나는 수어장대 아래 성곽의 암문 0003


 

 

오르기를 끝낸 남한산성 청량산의 정상(頂上) 수어장대를 돌아본다. 늘 만감이 교차한다. 16세기 말과 17세기 초 조선의 비참했던 국난이 오늘과 겹쳐 보여서다. 율곡의 <십만양병> 유비무환 책략을 깔아뭉개 임진왜란을 당하고도, 여전히 상무(尙武)를 게을리 한 끝에 병자호란을 당한 조상들의 한심함은, 먼저 개화해 현대식으로 무장한 불감당의 일본군이 궁정을 난입해 국모(國母)를 시해하고 종국에 나라마저 식민지로 만들게 한 20세기 초의 비참함은, 종전(終戰)도 안 된 남북군사대치상황에서 대적(對敵)방어 진지를 스스로 파괴해 유비무환 자체인 군의 역량과 사기를 괴멸시키고 있는, 작금의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들어서임은 물론이다.

 

수어장대에 올라 0004 06



 

 

수어장대의 모습을 이리 저리 담아보며 오늘의 후대들에게 빈틈 없는 유비무환의 안보의식을 교훈해 주길 빌어본다.

 

우국(憂國)의 시선으로 새삼 요모조모 뜯어본 수어장대의 수심(愁心) 0008 09 10 11






 

 

조반이 선식이어서 산을 오른 뒤라 뱃속이 좀 허한데, 수어장대 아래의 컵라면 좌판을 기억하고 기대했는데 보이지 않아 실망했더니 서문 직전에서 막걸리와 함께 반겨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라면의 따끈하고 고소한 국물이 혹한의 칼바람을 다스리고도 남는다. 기다릴 식구들을 생각해 옆의 좌판에 구미 당기는 순대? 엿도 챙기고는 서문을 빠져나가 하산 길에 접어든다.

 

반가운 컵라면 좌판 노점의 순대엿과 0015 16


 

따사로운 햇볕 양달에서 후루룩한 진미의 따끈한 컵 라면(3천원) 0017 18


 

 

서문 밖 전망대에서 서울을 바라보니 롯데타워가 우뚝하다. 20151222일 준공된 롯데타워를 여기서 촬영한 게 처음이니 그만큼 남한산성을 찾지 못했음도 증명되는 셈이다.

 

성곽 담장 너머의 서울 0012


 

서문 전망대에서 바라본 롯데월드 타워-남산타워와 겨룬다. 0019 20


 

 

이후 성곽을 따라 옹성과 산불초소를 거쳐 성불사로 하산하려는데, 성곽 길은 문화재 보존과 안전을 위해 통제한다며 감시용 CCTV도 설치해 놓았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서문에서 바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은 무릎부담이 걱정돼 그냥 진행했다. 그런데 이 안내간판이 애매하다. 옹성 아래 반대편에서 오늘 등산로에는 아래 등산로만 이용하고 성곽으로의 접근을 하지 말라 했다. 그렇다면 서문 쪽의 안내문도 성곽을 오르거나 바로 아래 샛길만 다니지 말라 하고 등산로는 이용하라 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서문쪽과 옹성 쪽의 안내판 내용이 서로  어울려 맞지 않는다. 입체적인 내용검토가 필요했다고 본다.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등산로통제 안내간판 0022


 

금암산 방향으로 연결되는 남한산성 서쪽의 북향능선등산로의 산불초소를 지나 바로 서편으로 갈라지는 불성사 방향의 하산 길은, 그 동안 험하고 마사토로 미끄럽던 경사구간을 데크 계단과 멍석 길로 보강해 놓아 무릎 관절의 부담을 줄여줘 참 편했다. 하산 시는 스틱을 사용했지만. 그 덕에 아침에 출발했던 등산로 입구 버스스톱에 도착하니 1429. 전체 산행시간은 3시간 미만인 2시간 55분이었다.

은근 걱정했던 3년 여 만의 남한산성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것도 한파 경보가 내린 혹한에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후로의 산행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듯해 고마웠다.

 

산길을 내려선 끝의 성불사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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