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경관

피고지고 오가는 봄 <180410>

sanriro 2018. 4. 10. 19:11

 

피고지고 오가는 봄 <180410>

 

오금공원의 봄 걸음 영상일기

    


 

 

4!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참 <좋음>을 뜻한다. 자연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의 모든 상황이나 관계에서도 그렇다. “훈훈한 봄바람이 분다.” “ ~! 봄날이여~!” 하듯이 화목-평화-안정을 표현하는 형용사 그 자체다.

그러나 봄은 좋은 것, 좋은 분위기, 좋은 시절처럼 참 짧다. 자연현상에서 한 해의 봄은 훈풍과 꽃과 새싹으로 알려오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대로 얼마나 짧던가? 봄을 즐기는 상춘(賞春)의 시절도 너무 짧아, 한 차례 비바람으로 그 아름답던 꽃들이 낙화(落花)됨을 지켜보자면 허망(虛妄)하기 이를 데 없다.

 

인생에서 봄날, 청춘도 그렇게 짧은 게 아니던가. 환갑 넘기고 지하철 무료승차권을 받는 노년에 접어들며 부쩍 심해지는 이런 망념(妄念)에 봄을 맞으면 공연히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 개나리꽃 벚꽃? 곧 지고 말겠지,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또 휙 날아가 버리겠지.” 하고 애써 아름다운 꽃들을 외면하려하기까지 했었다. 정말 갈 날이 가까워져 가는지 천지자연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더 아쉬움이 진해져가기 때문일까?

 

그러다 주변의 가족과 친지, 친구와 이웃이 겪어가는 수많은 불행과 고통을 지켜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봄철의 아름다운 꽃과 새싹이 비바람으로 지고 탁해져도, 그 단 며칠만이라도 그 봄을 소중하게 가지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다 흘러가는 건데, 내 즐거움과 행복이 그 흐름 속 단 얼마의 촌음(寸陰)에서라도 그걸 가질 수 있었다면 감사할 일이었기 때문이리라.

시조(時調) “간밤에 부던 바람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거다. 철없는 아해놈은 비 들어 쓸려 하는구나.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의 저자, 선우협 선비의 마음도 이런 것이었으리라.

 

그런 마음으로 봄날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다. 그 봄의 발걸음과 변화를 영상(影像)에 담아보며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에 작정했다가 놓쳐버린 일을 다시 하게 됐다. 꽃과 새싹으로 나타나는 봄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송파의 오금공원 동산과 바로 길 건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정원의 3~4월 봄 일기를 담아보는, 그것을 말이다.

 

이렇게 동네의 봄을 다 담아보니, 하나의 방대한 교향악(交響樂)이요 서사시(敍事詩)를 그려낸 셈이 된 듯싶다.

 

 

♣♣

 

 

오금공원과 아파트단지 내 수목들이 가져오는 봄을 지난해 2017313일부터 51일까지, 그리고 올해 201836일부터 41일까지를 지켜본 결과, 3월초엔 나무와 관목들의 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해 연두에서 초록으로 점차 진해지더니 , 중순에 들어서며 첫 꽃망울을 터뜨리게 된다.

2017313일 아파트 단지의 홍매(紅梅)가 가장 빨리 꽃을 보였고, 2018315일 오금공원의 생강나무가, 이어 17일 아파트 단지의 산수유가 노랗게 피더니, 324일 오금 공원에서 진달래가 꽃망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이틀 뒤인 26일 오금공원 전체를 감싸는 울타리의 개나리들이 노란 빛을 발하며 본색(本色)을 드러내기 시작해, 2~3일 사이에 온 동네를 투명한 노랑으로 화려하게 물들였다.

 

331일에서 41일로 넘어가는 밤새 아파트 단지의 벚꽃도 더 이상 망울 속의 꽃을 감추기 힘들었던지 고운 흰 빛을 발산(發散)하고 만다. 화사한 목련(木蓮)이 흰 꽃떨기를 피워 동무하면서.

 

이후의 4월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걷잡을 수 없는 종류와 색깔로 만화(萬花)가 방창(方暢)하며 봄을 합창(合唱)한다. 앵두나무 살구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산딸나무 라일락이, 진달래가 잦아지는 그곳엔 철쭉과 영산홍이 바톤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봄비 풍우 속에 꽃마다 일주일과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낙화(落花)의 길로 들어서며 봄날은 그렇게 흘러간다.

 

 

♣♣

 

 

<공원 전체 모습>

 

달력 상 봄의 시작 3월초 오금공원 전체 모습의 빛깔은, 다섯 곳36일부터 43일까지 매일 또는 2~3일 만에 한 번씩 일자별로 촬영해 체크해보니 아직 겨울의 회색빛이다. 그때그때 산책 나가는 시간(時間)에 따른 기상(氣象)과 일광(日光)의 조명(照明)에 따라 피사체의 조건이 달라지니 꼭 정확하게 판별할 순 없지만, 새싹의 변화로 대충 감지(感知)해 갈 수 있었다.

 

36일 첫 촬영에 들어갔을 때 삥 둘러선 공원울타리의 개나리들 가지 끝이 몽실몽실 거리며 움이 터오긴 했지만 여전히 짙은 회색빛이었다. 그러나 1주 일 정도 지난 14일에 강한 햇볕 속에 연노란 빛으로 반사되더니 2주 정도 지난 22일에야 노란 빛이 감돌고, 24일 꽃망울이 터지고, 27~28일엔 이미 투명하게 샛노란 개나리꽃의 향연을 펼치며 29일엔 흐드러지기 시작해, 4월로 들어선 1일엔 벌써 꽃잎 사이로 새싹들도 솟아오르기 시작해 싱그러움까지 한참 발한다. 10일 정도에 그 절정을 보이고 만다. 이개나리꽃의 개화(開花)와 만개(滿開)와 산화(散花)가 곧 오금공원의 봄 전체 모습의 변화다.

(36, 1422242829, 41) 0001 7 12 13 15 17 18 20












 

공원 정문 지점은 높은 나무들이어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36일부터 보아도 전혀 변화를 못 느끼지만 41일에 들어서 라일락의 잎이 연두에서 2일 녹색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3629, 413) 0002 17 18 19






 

숲길 들머리의 변화도 더디다, 29일 길옆 개나리와 산비탈의 진달래꽃이 보이면서 겨우 봄이 왔음을 보여준다.   (3629, 413)0003 17 18 19






 

오금공원임을 밝혀주는 오금동유래비가 서있는 방향의 능선 길은 비석 옆 관목의 새싹과 우측 나무 옆 진달래가 보이면서 봄이 보이고

(362728, 43) 0004 14 15 19






 

반대 편 돌탑능선 방향도 결국 주변의 생강나무 꽃과 개나리꽃 진달래꽃이 피어서야 변화를 확인한다.

(3628, 413) 0005 15 18 19






 

아파트단지 내 정원의 실개천과 정자<開籠亭) 녹음도 수양버들이 움트며 길 하나 건너 오금공원 개나리와 어울려 봄 걸음을 보여준다.

(379222728, 41) 0006-1 4 6 / 0007-1 3 5








 

 

<봄처녀 꽃-->

 

역시 봄은 꽃에서 느낀다. 처음 피우는 녀석들은 정이월 겨울부터 피는 매화나 동백꽃들이지만 서울에선 흔치 않은 경우로 치고, 봄의 시작 3월에 들어 첫 꽃은 보통 동산의 생강나무 꽃과 산수유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그 다음에 온다. 4월에 들어서면 목련과 벚꽃, 살구와 매실, 앵두 들이 뒤를 잇고, 조팝나무 이팝나무 돌배를 비롯한 이화(梨花), 도화(桃花) 들이 뒷받침한다. 즉 도리앵화가 만발한다.

 

첫 꽃은 매화(梅花). 그것도 홍매(洪邁) 313일 아파트단지에서 꽃을 피웠다. 2017년의 경우다. 화투짝의 2월 꽃인데, 여기선 음력2월을 말하는 건지, 3월에 피었고. 흰 매화는 조금 뒤에 왔다.

(31329. 445) 1,2,4,3






 

생강나무 꽃을 간밤에 비가 내린 315일 오금공원에서 처음 발견한다. 꽃봉오리가 워낙 작아선지, 사흘 정도 노란색이 짙어진 후로는, 더 진해지거나 하지 않고, 배경이 되는 개나리와 어울려서야 존재감을 더한다.

같은 시기에 생강나무와 구분하기 힘든 산수유도 아파트 내에서 제일 먼저 노란 떨기의 꽃을 피운다.


생강나무 꽃 (31517242729) 0008-1 2 5 7 10







산수유 꽃 (31629, 43) 1,2,3





 

진달래는 315일 움틈을 본 후 첫 개화를 본 건 24일이다. 이어 숲의 곳곳에서 숨은 듯 존재 없던 진달래나무들이 속속 투명한 연분홍(軟粉紅)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오금공원 봄 동산 전체를 화사하게 진홍(眞紅)으로 물들여 간다. 올해 새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보통 군락(群落)을 이루는 진달래 밭이 오금공원의 경우는 대부분 북향(北向)의 산비탈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산에서도 다시 확인해 볼 생각이다.

(315242728, 413) 0009- 1 2 3 4 5 6








 

오금공원 정문으로 들어서 우측 숲으로 들어서는 들머리의 진달래 밭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봄의 진행도 쉬이 알 수 있다(32829, 413) 0010-1~12














 

개나리는 일찌감치 움을 틔우고서도 그 꽃의 빛을 뿌연 회색에서 희게, 그리고 연두에서 노랑으로 들어내길 한참 뜸을 들인다. 319일 몇 곳 꽃망울을 보이다 25일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터뜨려 온 천지를 투명한 황금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인다

 

점입가경 (31519272829, 413) 0011-1~12



입선명품 (413412) 1~9











 

벚꽃은 서울에선 41일이면 어김없이 피어난다. 다년간의 경험이다. 하도 흔해서 옛날처럼 벚꽃구경 따로 나설 필요도 없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도 흐드러지게 피어주기 때문이다. 동산의 산벚이든 귀퉁이의 자색을 띄는 겹 벚꽃이든 그렇다.

(413) 0012-1~10













 

목련은 벚꽃과 동무처럼 같은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고, 지는 것 또한 함께 빠르다. 그 시기 한 두 번은 꼭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이 두 꽃은 늘 아쉬움이 남는 백화(白花)의 천사들이다.


백목련 (413) 0013-1~10










자목련 (4412) 0013-6 9




 

그 밖에도 앵두나무 살구나무 명자나무 조팝나무 등도 꽃을 피우고, 이름도 모를 꽃들이 공원과 아파트 정원에 지천으로 봄을 수놓는다.

 

앵두 (415) 1, 2




명자나무 (43812) 1~5







조팝나무 꽃 (412) 1,2




내가 이름 모를 꽃들 (4361218) 1~7









화단 꽃 (벤지-314, 41) 1,2,3





 

뒤이어 피는 꽃들이 바로 향기 짙은 라일락이고, 빛깔이 황홀해서 쳐다보기도 어지러운 철쭉과 영산홍이다.

 

라일락 (41215) 1.2




철쭉 (412~51) 2 3 5 7 9 10 13 14 16 21













영산홍 (43~51) 1~6, 8~11












 

 

<생기가 움트는 새싹>

 

새싹은 참 구분하기 힘들다. 상록수들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가을 채 떨어지지 않은 채로 낙엽이 수북하게 얹혀있던 고엽(枯葉)들이 어느새 푸릇푸릇 움을 틔우며 회색에서 연노랑으로, 다시 연두로 녹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참으로 비밀스럽기 때문이다.

움을 틔우고서도 본색을 나타내는데 2주 이상이나 걸리니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인내를 요한다. 봄 나무들은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들이 그렇듯이 대개 꽃을 먼저 피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싹들은 가지 끝의 꽃들이 지고나면 제 세상을 만나 온천지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개나리와 진달래, 조팝나무도 싹을 예쁘게 움틔우지만, 찔레의 새싹은 가시만큼 씩씩하고, 버들강아지는 귀여우며, 수양버들의 연두색 새싹은 참 곱고 곱게 하늘거린다.

다른 초목들이 이렇게 다 싹을 틔우는데 아직도 가지 끝에 지난 가을의 고엽을 하얗게 색이 바래도록 달고 있는 단풍나무가 새싹들과 대비돼는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게 신기하다.

 

조팝 (315) 1~3





찔레 (3162429, 41) 1~5







버들 (31629, 45) 1~2, 4~5







싹움 (31619, 44) 1~4






고엽 (329)




 

 

<봄을 더욱 생기 넘치게 해주는 생명체들>

 

봄은 흔히 약동(躍動)한다고 한다. 자연 속의 새싹과 꽃들이 약동의 상징이지만, 더욱 천지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건, 산속의 동물들이고 그들의 보금자리며, 인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싱싱한 모습이다.

그리고 봄을 사랑하고 즐기는 우리의 낙천적이고 평화로운 마음일 것이다.

 

새집-지지배배 봄새들을 기다리고



청설모-지난겨울 어디에 있었나?



어린이놀이터-너희들이 곧 새싹



체육대생-이슬비 속 성내천 힘찬 질주에서 푸른 에너지가 뿜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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