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 백마농우(農友) 2012년 영농일기 12 <121115>

sanriro 2012. 11. 17. 09:47

 

 

백마농우(農友) 2012년 영농일기 12 <121115>

 

 

백마 Farmers Club-

11월15일은 마성농장의 모든 작물을 걷어 들이고 올해농사를 접는 날. 크게 힘쓸 일은 적지만, 잔손가는 일들은 끝없이 많아 힘들기는 매한가지. 겨울철로선 이른 아침 08시에 모여 김밥과 농장주인마님이 끓여준 잣죽으로 조반을 해결하고, 점심도 라면과 삶은 계란 등의 간식으로 때우면서 날이 어두워지도록 일을 마쳐야 했다.

배추 밑동을 잘라 대충 다듬고, 송정무-알타리무-열무를 뽑고, 갓을 따서 외바퀴 수레(요것 균형 잡기 힘들지^0^)에 담아 집안으로 나르면, 마님들이 배추는 반으로 뻐개고 씻으며 소금에 절여두고, 무 들은 다시 다듬고 씻어두며, 무청은 베어낸다. 이런 일은 전문가인 가족님들이 사수고, 남정네는 조수나 탄약수일 뿐이다.

다듬고 난 배추 무의 겉잎 잔챙이 잔무들은 다시 밭으로 내가, 내년 농사의 거름이 되게 뿌려두고, 배추다발 묶었던 비닐 끈 등 잡동사니도 모두 회수해 밭을 정리한다.

배추 무를 씻을 때 수돗가 배수가 잘 돼야 하니, 지난번부터 막혔던 수채 구멍도 완전 분해해 뚫느라 애먹는다. 낑낑거리고 애쓰고 나니 뻥 뚫려 하수가 시원스레 흘러나간다.

이 과정에서 캐고 파고 나르는 마당쇠 일은 해호와 명수가 하고, 다듬고 씻는 마님들의 보조 삼월이 일은 행환과 강인이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두고 숨이 죽을 때까지 서너 시간 기다리는 동안, 남정네들은 일부 무청을 엮어 처마 밑에 매달거나 바둑 한수를 두고, 마님들 중 일부도 따뜻한 방에서 등을 지지며 고담준론(?)들을 즐기신다.

해는 기울어 가는데 절인 배추는 좀체 숨이 죽지 않는다. 오랜 인내 끝에 절인 배추를 씻어서 물을 빼는 일로 돌입. 마나님 한 분이 솔선해 시범을 보이시는 가운데, 3개조로 나뉘어 커다란 다라에 물을 넘치게 채운 상태에서 오물과 소금기를 제거한다.

강인과 명수는 지도교사님과 한조가 돼 배추 속까지 일일이 살펴보며 오물제거와 염기제거를 하는 1차 세척을, 행환은 그 배추를 넘겨받아 물속에서 흔들어 재차 소금기를 제거하는 2차 공정을, 해호는 다시 받아 물에 흔들며 오물과 염기를 확인사살한 뒤, 물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건조대에 피라미드 형태로 세워쌓는 마무리 3차 공정을 담당한다.

절인배추 씻을 준비 할 즈음 여의도에 갔던 농장주가 들어오시고, 작업이 끝날 녘엔 해가 저물어 옥외 등을 켜야 했고, 허리와 장단지가 뻣뻣해지고 발가락과 손가락이 쥐가 나듯 오그라들기 시작하면서 피로와 통증이 온몸 구석구석을 점령해온다.

배추 씻기가 끝나고 물 빼기도 어느 정도 이뤄지자 이젠 각각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큰 비닐에 씻은 배추를 헤아려 가며 담는데, 다섯 집 각각이 45개 쪽이 배당된다. 포기로는 20~30포기가 될 것이다. 가외로 제쳐놓은 것까지 합치면 올해 수확한 배추는 한 200 포기 정도가 아닐까?

이제 절여서 씻은 배추는 각자 집으로 가져가 오늘 밤 중이나 내일, 준비해둔 양념 속을 넣고 버무려 올해의 월동준비 김장도 마치게 될 것이다.

부디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기본양식으로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며 영양공급에 기여하기 바란다.

이렇게 한해 농사 잘 이뤄 스스로 채소의 자급자족을 이루게 하면서 가슴 속에 보람차고 행복한 농심(農心)을 가득 채워준 하느님과 마성농장의 대지에게 감사드릴 일입니다. 아울러 이런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준 농장주 내외에게, 함께 하며 수고한 백마 Farmers Club 농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제 올해 농사를 마치고 내년 4월 재개할 때까지 농한기(農閑期)? 그러나 요즘 농한기가 어디 있나? 이후도 만나 내년 영농계획을 의논하며 새해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야 할 것이 아니겠나. 동계 체력단련훈련 게을리 하지 말아 내년 농사엔 더욱 힘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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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죽과 김밥으로 조반하고 수레 몰고 밭으로 나가 001

 

 

배추 밑동 자르고 흙 털고 겉잎 따며 대충 다듬어 002

 

 

미리 잘라 다듬어 밭 위에 늘어놓고 실어가는 게 더 능률적 003

 

 

배추 베기가 끝나 무도 뽑아놓기 시작해 004

 

 

배추 실어가기와 무 뽑기도 끝나가자 005

 

 

이젠 갓을 베어내는데 진흙바닥에 바싹 달라붙어 뿌리와 줄기의 경계점을 잘라내기가

 여간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애먹었지 007

 

 

이제 다 뽑아내니 열무 조금만 남은 배추/무 밭이 훤해졌군 008

 

 

벌써 마님들이 배추를 뻐개고 씻어 소금절이기를 시작하시고

행환이는 소금 퍼다 나르며 열심히 돕네요.-

그 모습 보기 좋아서 고운 단풍이 내려다보며 미소 짓네 009

 

 

몸을 뒤로 허리 펴며 한 숨 쉬는 강인이 안쓰럽게 보여-

교장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파이팅!! 012

 

 

오늘 날씨 새벽엔 추웠나봅니다. 배추밭 밑 논물이 얼어있어-

그래서 배추 겉잎엔 성애가 하얗게 서려 얼어 있었지 013

 

 

저 외바퀴 수레에 담긴 열무 한 다발을 마지막으로

오늘 걷어 들일 것은 죄다 몽땅 016

 

 

이렇게 추수가 끝난 마성농장 밭의 휑한 풍경-

요 며칠 비바람에 곱던 단풍잎 다 져 앙상해진 나목을 보니

이젠 겨울맞이 각오를 다져야 할 때 014

 

 

밭에서 힘쓸 일은 끝나고 배추 절이기도 얼추 마쳐가니

마당쇠들은 탁배기 한잔 해야지.참 참 참 017 018

 

 

 

마님들 조금 더 수고해 주세요 019

 

 

밭으로 다시 나오니 상화네 밭엔 배추만 달랑 남았네.

부탁한 전화 받고 덮어두었던 이불을 걷어 침구정돈 때처럼

착착 개어둬 주기까지 했지만-

저 단정한 배추처럼 깔끔한 상화내외 맘엔 맞을는지 020

 

 

배추절이기는 끝났지만, 송정무 다듬기가 이어지는데-

강인이 부부가 대문간 양지에서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나 다정해 021

 

 

무청 엮고 알타리도 다듬자니 명수 네와 해호도 거들어 나섰고 022

 

 

배추 절이기와 무 다듬어 씻기도 끝났으니

절인배추 숨죽기만 기다리며 늦은 점심 모두 모여라-

비록 라면이지만 배추 속 된장 찍어 막걸리 안주해 곁들이니

어찌나 맛있는지 023

 

 

바둑 한 수 하고 나온 마당쇠들 한가로이 환담을-

어~ 배추 숨이 아직 안 죽었나? 다 돼 간데요! 024

 

 

기다리고 기다리던 절인배추 씻기로 들어갈 즈음 농장주가 나타나

‘어이구 수고 많으십니다. 함께 못해 미~안합니다.’025

 

 

배추 씻기와 물 빼기도 다 돼 갈 즈음 해지고 어두워지는데 027

 

 

 

농장마님은 즉석에서 김장까지 해버리시네요 028

 

 

물까지 뺀 배추를 각 집에 보내려고 비닐봉지에 담는 해호-

엊그제 치질 수술한 그 몸에 정말 애쓰셨네 그려 쯧쯧 029

 

 

할 일 다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당근 가져야 할 만찬-

일한 만큼 영양보충을 위해서라도-

이 집 목등심 숯불구이가 그 보답 충분히 합니다. 030

 

 

 

백마 Farmers Club 농우 여러분!

올 한 해 농사 잘 지으며 행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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