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백곰 농우 채수/철준 농장 방문기

sanriro 2013. 10. 31. 11:55

 

♧ 백곰 농우(農友) 채수/철준 농장 방문기<1310305>

 

 

  

  

<농신(農神)의 웃음 006>

 

백마 Farmers Club의 영농일기를 3년째 올리고 있지만, 대열친구들 중에는 실제로 더 전문적인 농우들이 많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농우들이 백마의 마성농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고, 때때로는 참으로 도움이 되는 영농법을 지도해주기도 해 고마웠다.

그런 친구 중의 하나, 나채수 동기의 농장을 찾게 됐다. 판교입구 시흥동 세종연구소(정확히는 한국국제협력단)길 건너편 이 농장에는 황철준 동기도 함께 한다. 몇 번 마음속으로 벼르던 방문인데, 찾아본 결과는 놀랍고도 참 감동적이었다.

 

우선 농장이 맘에 들었다. 극제협력단 길 건너 동산 자락에 위치했고. 말굽 모양의 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했다. 지세 상으로 매실과수원과 동산방향인 남쪽이 더 높고, 인릉산과 서울공항이 바라보이는 서울방향 북쪽이 낮아지는 북향이었지만, 탁 트인 전망으로 햇볕을 담뿍 받고 있었다.

알맞은 경사로 인해 우선 배수상태가 양호하다. 밭의 흙을 만져보니 햇볕에 은빛 모래알이 군데군데 반짝이는 걸로 보아 토질도 뽀송뽀송해 기막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농장의 조건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 4~5년간 농장을 가꾸어온 친구의 땀과 열정과 정성이 느껴진다. 채수와 철준이 각각 350여 평과 3~40평 정도를 경작하는데. 이 넓은 밭을 경운기 하나 돌리지 않고 모두 인력으로 갈아엎고 있다는 데 우선 놀랍다.

얼마나 대단한 정성인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체력과 열정이 아니고선 힘들 일이다. 혀를 내휘두르지 않을 수 없다.

뚜렷한 시설도 별로 없다. 흔히 농막으로 두는 컨테이너도 없이 농기구와 영농자재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캔버스로 덮어두는 정도이고, 농사 중에 쉴 수 있도록 파라솔 아래 작은 탁자와 의자를 둔 것이 전부이다.

그런 가운데. 이들이 취급하는 품종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데에 다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읊어보자!

고추(일반/청양) 배추(김장용/겉절이용/얼갈이) 갓 부르컬리 시금치 무(통무/열무/알타리) 강화순무 콜라비 당근 우엉 마 고구마 야콘 생강 토란 파(대파/쪽파) 양파 부추 마늘 콩(일반/강낭콩) 팥 녹두 참깨 들깨 옥수수 수수 호박 박 오이 수박 참외 가지 토마토 딸기 도라지 더덕 당귀 둥글래 결명자 개똥쑥 매실 등등 확인한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이날 보는 걸 놓쳤지만 의당 있었을 상추와 쑥갓 등 쌈 채들도 더해진다면 족히 50여 가지가 넘을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걸 혼자서 들 하고 있다니. 농장주를 다시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흙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완전 농군복장에 장화를 신은 모습이고 큼지막한 손에도 두터운 흙이 덕지덕지~~. 흔히 표현하는 농투성이다. 우리나이 연륜이 쌓인 그윽한 모습에, 대지와 호흡하며 숭고한 생산의 업에 힘쓰는 친구에게서 어떤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농사짓는 이들 누구나 그렇듯이 본인 스스로도 농사에 심취해 무념무애의 무아지경 행복에 빠지겠지만, 농장을 떠나오며 홀로 파라솔 밑에서 고춧잎 따기에 나서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쓸쓸해 보이기도 해, 마음이 언짢다. 물론 다른 날은 철준이가 함께 하니 안 그럴 테지만.

 

뭐 좀 도울 일이 없나 했더니 별로다. 오늘은 고춧잎 따는 정도라고 한다. 더 있어봐야 방해만 될 것 같아 막걸리 한 잔만 나누고 그냥 돌아서는데, 농장주가 한사코 따다 싸주는 작물이 그야말로 한 가마니 분량이 넘는다.

배추 무 무청 호박 당근 대파 콜라비 야콘 갓 등등.. 나도 마성에서 농사짓는다는 명색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마성농장 백마농우들과 함께 다시 와서 단단하게 견학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채수는 기예(技藝)로 농사짓고, 철준이는 기력(氣力)으로 농사를 짓는 모습이다. 나는 오늘 농신(農神)과 농장(農將)을 보고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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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한국국제협력단 길 건너 타이어매장 샛길로 들어서

물류창고 들의 오른편 산자락에 위치한 농장지구로 오르니 001

 

추색이 완연한 농장 사이로 마중을 나와 주는 농장주를 뵙게 돼 002

 

이어 함께 걸으며 농장소개를 받는데,

이곳은 다른 사람에게 농사짓도록 내어준 곳이라고 003

 

야! 배추가 실하다고 했더니 “내 배추가 더 좋아!”라고 오금을 박아

끽소리 못하고 기대를 하며 따라 오를 수밖에 004

 

“으~응! 여기서 부터가 내가 농사짓는 밭이야”

멀리 동산 숲과 매실과수들이 배경이 되는 가운데

가까이로 배추를 비롯해 여러 작물들이 아직 푸르고 싱싱하다 006

 

 

안내 받는 대로 돌아보며 열심히 사진에 담아보니-

우선 아래 쪽 철준이가 가꾸는 밭쪽의 당귀와 더덕 밭 007

 

여기는 당근과 무와 부르컬리 밭인데-

앞쪽으로 밭 흙이 참 좋아 보인다 008

 

멀리 배추와 콩이 보이고 앞쪽에는 콜라비와 당근 다시 배추들이 009

 

가운데 검은 비닐 밭에는 앞쪽에 마늘을 심었고 저 뒤편으로는 양파도 010

 

그물막 속에는 놀랍게도 토마토가 아직도 파랗게 달려있어 012

 

토마토 아래로 쪽파와 갓과 얼갈이배추가 013

 

밭 위쪽의 무가 이렇게 실하고 무청도 싱싱하니 016 017

 

 

농장주의 농사 내공(內功)이 심후함을 보여줘 014

 

아직도 140여 주가 남아있는 고추 밭 뒤로는 018

 

대파가 한껏 자라고 내겐 잎과 줄기가 생소한 생강까지 019

 

토란은 이미 추수돼 그야말로 알토란을 남겼고 020

 

♧♧

 

농장의 동남코너는 휴식장소 파라솔 탁자와 의자가-

앞쪽으로는 나보고 가져가라며 뽑아온 작물들이 021

 

둘이서 새참 막걸리 한 잔 했지요 022

 

농장 동편 비탈언덕으로 올라서 보니

바로 옆으로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가 지나는데 024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농장풍경이 아늑하기 이를 데 없어 025

 

멀리 서울방향 산 아래로 시흥동과 인릉산이 눈에 들어와 026

 

밭 흙이 참으로 뽀송뽀송 부드러워 이 농장을 풍요롭게 하느니 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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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파라솔 아래에 농장주를 홀로 두고 떠나면서 다시 농장을 돌아보니

전원에는 풍요로움 속에 인내와 정열과 정성이 가득히 감돈다.

농장주님 감사합니다!! 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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