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영농일기- 별호(別號)도 수확한 백마친구들

sanriro 2016. 5. 28. 17:46


백마농우(農友) 2016년 영농일기 <160527>

 

 별호(別號)도 수확한 백마친구들


27마성농장 올해 농사는 지난겨울 동면한 밭에 326일 퇴비를 주고, 48일 두럭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 후, 423일과 52일 작물을 모종했더니, 527일 현재로는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래서 이날 한창 싱싱한 쌈 채를 따면서 삼겹살 파티를 열기로 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농사의 깨달음과 보람, 수확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 농우 5명이 나머지 백마8중대 친구들을 초청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단 2명의 친구들만 와주어 섭섭했지만 반가웠고 뜻깊었다.

이날의 농장분위기는 화창한 날씨 못지않게 화기애애하고 밝기 그지없어, 70고개 친우들의 50년 우정이 도도하게 흘러 넘쳤다.

 

해봉 죽천 화암 농우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08시에 구성 한국마트에서 만나 감자탕으로 아침을 먹고, 농장으로 직행해 할 일들을 오전 중에 해치운다.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의 지지대 줄을 보강하고, 고랑과 이랑의 잡초를 제거하면서 오늘 맛 볼 쌈 채를 따고 삼겹살 파티를 준비한다.

일고는 1230분 구성역에 도착할 오늘 참석친구들 픽업에 나선다. 주영은 직접 농장으로 자가 운전해 왔고, 석휘가 약속시간보다 45분전에 도착했다고 해, 부지런히 달려가 12시에 픽업 농장으로 모셔간다.

농우들은 이미 오전 작업을 마치고 수도 가에서 쌈 파티를 준비하고 있고, 주영이도 거들고 있다. 한사코 만류했지만 농장마나님도 나오셔 도와주신다. 갓 딴 상추와 상화네 밭에서 슬쩍한(석휘가 책임지기로 하고) 쑥갓을 씻어 채반에 받쳐두고, 통마늘을 적당한 얇기로 잘라 쌈장에 박아두고, 넉넉한 양의 삼겹살과 목살을 구어 낸다. 게스트로 고맙게 와준 친구들이 또한 고맙게 선물로 가져와 준 명주(名酒)가 이 파티에 도도한 취흥을 더해준다. 석휘가 준비해온 <와인>을 먼저 한 잔씩, 이어 주영이가 냉장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온 <밤 막걸리>의 주둥이를 계속 비틀어 따르며 마시는 건배 속에 파티는 무르익어 간다. 농장주 영근네 부부도 동참하니 모두 여덟이다.

이날 이 자리는 오랜 친구들이 함께 즐거움을 나눈 것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새겨주게 했다. 게스트로 초청된 친구들에게 이날 이후로 나이 들어 제격인 호()를 쓰게 하는 기회를 선물한 것일 것이다.

 

마성 농우들은 201462일 이후 모두 호를 가지고 있어, 오늘 온 백마 친구들에게도 호를 쓰도록 권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주영과 석휘의 호를 정하고, 이후 농우들처럼 호를 부르기로 했던 것이다.

 

<20146월 당시 농우들의 별호 호칭 취지>

사회적으로 지하철이나 공원 등에서 <경노우대>를 받는 <어르신>이 된 친구끼리, 이름을 마구 부르기가 좀 그러니, 우리가 명사들은 아닐지라도, 서로 허물없이 호칭할 수 있는 호()를 만들어 부르기로 하고 잠정적으로 정했던 것인데, 이번에 화진포 가는 차중에서 완전히 그리하기로 정한 것이다.

남의 별호(別號) 잘 짓는 편인 내가 제안했었다. 자전거 동호회 친구들의 닉네임도 곧잘 지어준 관록으로 나서 이뤄진 일이라 흐뭇하기도 하다.

마름총무 해호는 사람이 너그러우며 키가 장대 같으니, 본명의 바다 해와 멀리 볼 것이라 해서 해원(海遠)을 제안했었는데 여자이름 같다고 해서 해봉(海峰)으로 갈음하였고, 감찰총무 행환은 고향집 뒤가 대나무 밭이라 죽림(竹林)이라 한다는 것을 흔하다고 보아, 그 죽림 속에 샘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기에, 대처럼 바르고 맑은 샘의 뜻으로 죽천(竹泉)으로 굳혀주었다.

예산총무 강인은 고향이 강원도 정선 민둥산 북쪽의 유명한 계곡마을 화암면이고, 그 뜻이 그림바우라는 독특한 것이라 그대로 화암(畵岩)으로 할 것에 힘을 실어주었다. 여행총무인 나는 34년 필명(筆名)으로 써온 일고(一鼓)를 호로도 불러달라 했다. ()의 민족 배달겨레가 상고(上古)시대에 중국의 북방과 중원까지 제패했듯이, 세계를 향해 다시 한 번 크게 북을 울리자는 기원이 담긴 것이다. 이리하여 서로 호를 부르니 편하기도 하고, 젊은이들 보는 데서 점잖아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향기 나는 노년을 보내는 듯도 싶어 일행 모두가 만족하였다.

 

 

주영이는 원래 불자(佛子)인데다 백마친구들 사이에 도사로 통했으니, 도행(道行)이나 도불(道佛)이 어떻겠느냐 제안했더니, “성봉이란 법명 외에도 해암(海岩)이란 호를 가지고 있다고 해, 즉석에서 그리 불러주기로 했다. 갯바위처럼, 모든 풍랑을 인내하며 자비롭게 받아들이는 주영의 풍모에 너무나도 맞아떨어진다.

석휘는 생도시절 별명이 돌배였던 만큼 야무지고 총명한 점을 연상해. ‘석현(碩賢) 또는 석현(晳賢)으로 권했다, 하지만 본인이 평생을 살면서, 충의와 의기로 충만해지도록 훈육 받았던 생도시절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보람을 느끼면서 그 가르침을 생활 속에 늘 각성하고 있다면서, 변함없는 일념으로 깨닫고 드러난다는 의미의 일현(一顯)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 게스트로 온 친구들도 이렇게 작호(作號)되었다. 그리고 즉석에서 해암과 일현으로 불러주었다.

이날 백선엽 장군과의 오찬 선약을 마치고 와 합석한 영근도 현몽(現夢)으로 얻은 자신의 호()가 있다고 처음으로 알려주며, 당분간 대외적인 확산은 말아달란 부탁에 그리 하기로 하고, 친구들의 호칭(號稱) 대열에 합류했다.

 

해암 주영이 주석을 붙인다. “海峰 竹泉 畵岩 海岩이 뜻하는, 바다-대숲-바위 등 자연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일고(一鼓)가 한 번 북을 울리니, 한 순간 모든 게 하나로 드러나는 깨달음을 얻는 일현(一顯)의 경지에 이르며, 중생에게 한 결 같은 희망을 주는 구나! ”라는 해석이다. 참으로 절묘하다.

이런 이날의 자리는 자연의 섭리가 가져다 준 작물보다 더욱 자양분 풍부한 수확을 친구들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327년 묵은 고옥(古屋)과 문전옥답(門前沃畓)의 마성 농장에서 모인 백마 친구들은 이렇게 서로 호를 불러가며 담소하며 술잔을 나누었다. 정말 화기 애애 희희낙락 꿈같은 시간이었다.

 

더 많은 백마친구들이 왔더라면 했지만, 앞으로 올 친구들도 계속 환영할 것이다. 27백마마성농장에 오면 반드시 호를 하나씩 수확해 갈 것이란 기대도 함께 가지시기 바란다

 

일현! 해암! 찾아와 줘 고마웠다네. 함께 가져온 명주에 취했고 친구들의 인품에 취했고, 함께 빚어낸 분위기에 취했다. !~ 최고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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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마성 농장 123145


 

오이 토마토 애호박 122552/57 122604



옥수수 감자 토란 122620/33/50



강낭콩 완두콩 수박 122723/32/45



고추 가지 상추 122754/58



 

둘러보며 고구마는 어디 있냐 묻는 일현 122610


 

오늘의 행사장? 123223



파티를 준비 중인 농우들과 게스트 해암123659



쌈과 고추를 벌여놓고 고기도 굽고 124537



시원한 수돗가 밤나무 감나무 그늘 아래서

우선 와인 한잔 씩 124757



이게 무슨 와인인고? 124825



자 이젠 밤 막걸리 한 잔씩 125751



오늘의 명주 145011



농장마님도 함께 125822



농장주도 합류 143345 143403 143509





일고도 한 자리 144141





오늘 즐거웠네! 담에 또 봄세 154009 160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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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농일은 610일입니다.